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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강혜은 '흩뿌려진 풍경' 전시(2023.02.14)
| 2월 25일까지 부산 맥화랑 초대전

강혜은 화가가 ‘흩뿌려진 풍경’을 주제로 부산 맥화랑 초대전에 참여한다. 전시는 오는 25일까지다.
강 작가 작품을 처음 마주하면 재료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언뜻 봐서는 실인지 물감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실처럼 가늘고 긴 색 선들이 층층이 쌓이고 겹쳐져 화면을 가득 채운다. 각기 다른 색의 선들이 중첩되면서 어우러져 시각적으로 폭신하고 보송보송한 촉감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는 10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물감에서 실을 뽑아내는 기법을 완성하였다. 마치 누에가 실을 뽑아 고치를 만들어가듯 유화물감에 손아귀 힘만으로 적정한 압력을 가하여 굵고 가는 색 선을 뽑아낸다. 팔레트에서 조합한 색상을 붓으로 펴바르는 것이 아니라 물감 덩어리를 손가락의 힘으로 짜내어 선들을 쌓아가며 전체적인 형태와 색감을 조화시킨다. 실처럼 보이는 유화물감의 선들이 겹겹이 겹쳐지면서 층을 만들고 그 사이에 작은 공간을 형성한다. 평면의 캔버스이지만 전체적으로 입체감이 느껴지는 것은 바로 유화물감의 색 선들이 층을 쌓으며 만들어낸 공간 때문이다.

강 작가가 이러한 기법에 착안한 것은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그가 어린 시절에 어머니는 의상실을 운영했는데 그곳에는 옷을 제작할 수 있는 작업실과 작은 공장이 함께 있었다. 어머니가 일을 할 때 작가는 그 옆에서 실과 천을 가지고 놀곤 했다. 작가에게 실과 천은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소재이다. 예순의 나이가 넘은 지금도 작가는 “실과 천을 만지고 있으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 어머니의 품 속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초창기 작품은 실과 천, 물감을 이용한 콜라주(collage) 작업이나 스크래치(scratch), 테이핑(taping), 드리핑(dripping) 등 끊임없는 선(線)작업이 중심이었다.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에 그는 유화물감에서 실을 뽑아내는 듯한 기법을 처음 시도한다. 이때의 작업은 당시 작가가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자연의 모습을 구상적인 형상으로 표현한 것들이다. 어느새 섬세하고 화려한 동양자수를 연상시킬 만큼 물감의 굵기를 명주실처럼 가늘게 쌓아 올리는 경지에 이른다. 이후 물성을 드러내기 위해 색색이 쌓은 선 사이로 물감을 터트리는 보다 추상적인 작업을 이어간다.

물감을 건조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유화의 특성상 작가는 캔버스를 이젤에 세워서 작업할 수 없다. 작가는 항상 캔버스를 바닥에 눕힌 채 허리를 숙여서 물감을 손으로 흩뿌리듯 작업한다. 옛 여인들이 손으로 직접 실을 뽑고 베틀 앞에 앉아 옷감을 짜듯 그는 캔버스 위로 허리를 굽혀 끊임없이 고단하고 지루하게 선을 쌓아 작품을 완성한다.

/박정연 기자



원문보기: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817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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