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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판화로 중첩한 원…관계와 공간에 대한 사유 (2023. 03. 22)
최례 개인전 ‘그윽하고 오묘한’
맥화랑미술상으로 전시 지원
물 조절이 중요한 ‘수인판화’
“수십 번 찍고 말리기 반복”
32점 구성 회색 연작 등 눈길



원을 파고, 원을 칠하고, 원을 찍는다. 최례 작가는 원 모양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모난 부분 없이 편안한 느낌이 좋았다”고 했다.

최례 개인전 ‘그윽하고 오묘한’이 부산 해운대구 중동 맥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4월 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젊은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작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맥화랑미술상(신진, 청년작가 지원전)’ 일곱 번째 전시이다. 부산에서 태어난 최 작가는 중앙대 한국화과를 졸업하고 중국 중앙미술학원에서 판화과 석사, 예술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

한국화에서 판화로 넘어간 것은 학부 시절 판화 동아리 활동이 계기가 됐다. “처음 접한 판화가 너무 재미있어 공부를 더 해보자 생각했죠. 여러 판화 중에서 목판이 제일 잘 맞을 것 같아 중국으로 유학을 결정했어요.”

최 작가는 중국 전통판화와 현대판화를 접목한 ‘수인판화’를 하는 교수의 연구생으로 들어갔다. 수인판화는 젖은 목판에 수성 안료를 올리고 젖은 화선지를 올리고 바렌으로 문질러서 원하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물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죠. 힘을 약하게 하거나 안료를 묽게 해 퍼짐 등을 조절할 수 있어요.” 작품 속 원은 단순해 보이지만 수십 번 찍고 말리기를 반복한 결과물이다. “제일 편안한 중첩의 ‘깊이감’이 나올 때까지 한자리에 반복해서 찍어요. 화선지에 열 번에서 스무 번 정도를 찍는 것 같아요.” 아교풀 작업을 하면 더 많이 찍을 수 있지만 최 작가는 ‘부드럽게 번지는 느낌’을 위해 종이를 그대로 쓴다고 했다.

“처음에는 점 작업을 했어요.” 최 작가는 답사를 위해 찾은 중국 남부에서 바다를 이룬 유채꽃을 보고 느낀 감동을 작업에 옮겼다. “빈 공간에 점을 찍으며 자신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어느 순간 ‘사회와의 소통’에 관심이 갔어요.”

원형 이미지를 반복해서 찍어내는 공 시리즈의 시작이다. 빌 공(空)에서 제목을 따 온 시리즈를 통해 최 작가는 사회와 부딪치는 문제에 대한 생각을 표현한다. 예를 들어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는 원과 원이 경계로 닿아 있는 작업이 나왔다.

2020년 홍티아트센터 입주작가 전시를 하며 원이 원으로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공간 속에서 원이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어요. 원과 공간의 관계, 원과 원의 관계, 원 너머 이면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됐어요.”

원이 어디에 찍히는가에 따라 조형적 느낌이 달라진다. 색에 따라 변화무쌍한 원의 이미지가 나오고, 원과 원이 겹치고 만나고 떨어지며 공간을 재구성한다.

최 작가는 “판화라고 하지만 손으로 하나하나 찍기 때문에 하나도 같은 작품이 없다”고 했다. 특히 물 조절로 안료가 미묘하게 번지는 점까지 고려하면 최 작가의 작품에는 수성목판화와 동양화를 만남이 있다.

전시장에서 32점으로 구성된 회색 연작이 눈길을 끌었다. 칼 세이건의 <코스코스>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산수화에서 먹으로 수만 가지 만물의 색을 표현하는 것처럼 나도 검정과 물 두 가지로만 수많은 회색을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는 다른 색을 중첩해서 모노톤을 만들었거든요. 검정과 물 두 가지로만 오묘하면서 고상한 회색을 만들어보고 싶었죠.”

회색 연작의 원에서 화면 밖으로 튀어나가는 모습이 보인다고 했더니 최 작가가 웃으며 말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다음 전시도 생각해 봤어요. 관계에서 발전해서 ‘만남’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원문보기: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3032216335679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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