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개인전 ‘마음의 모양’, 23일까지 해운대 맥화랑 전시
- 유년시절 제주, 추상화로 표현
- 한지 겹쳐 채색한 동양화 기법
- 부슬부슬 질감에 생동감 녹여
푸르다. 채도를 달리한 초록이 화폭에 가득하다. 초록은 산이 되기도 때로는 들이 되기도, 또 때로는 집이 되기도 한다. 자연 풍경을 담았지만 그렇다고 풍경화는 아니다.
김현수 작가가 자신의 작품 ‘온화한 만개’앞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 작품은 김 작가의 ‘모양은 달라도’. 본인 제공
나무 꽃 길… 분명 어딘가의 모습을 표현한 건 맞는데, 세모 동그라미 네모같이 단순화된 모습으로 표현된다.
김현수 작가의 개인전 ‘마음의 모양’이 오는 23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맥화랑에서 펼쳐진다. 1992년생인 김 작가는 맥화랑이 청년·신진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수여하고 있는 ‘맥화랑미술상’ 6번째 수상자다.
김 작가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그의 작품을 가득 메운 초록은 유년시절의 기억을 드러내는 도구인 셈이다. 그렇다고 기억 속 고향 풍경을 그대로 옮겨온 것은 아니다.
초록의 덩어리로 표현되는 풍경은 그의 내면 속에서 재구성된 풍경이다. 눈으로 본 모습이 아니라 작가 내면에서 익고 되씹어진 기억이다. 그래서 그는 이번 작업을 “투박스럽지만 자연스러운 선과 덩어리들은 제주 풍경을 재현하려는 것이 아닌 자연으로 내던져진 시선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나의 초록은 거르고 걸러 남겨진 내면의 흔적”이라고 표현했다.
김 작가의 색과 형상은 함축적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색은 초록을 제외하면 갈색 노랑, 그리고 하늘을 표현한 파랑이 전부다. 이처럼 제한된 색채는 오히려 다양하게 표현된 초록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형상을 드러내는 방식도 단순하다. 꽃은 동그라미가, 나무는 세모가, 길은 네모가 된다. 채도가 제각각인 초록은 때로는 명암을 때로는 원근을 표현한다.
표현 기법도 주목할 만하다. 동양화를 전공한 그의 작품은 모두 장지에 과슈를 사용했다. 전통 한지를 여러 겹 겹쳐 만든 종이인 장지에 불투명 수채물감인 과슈를 입혔다. 작가는 물에 갠 과슈를 여러번 겹쳐 올려 채색하는 방식으로 형태를 완성해 냈다. 캔버스와는 달리 표면이 매끈하지 않은 장지에 묽게 여러겹 덧입힌 과슈로 표현된 형체는 작가의 표현대로 ‘부슬부슬’한 느낌을 준다. 이 같은 방식으로 완성된 형체는 단순화되었음에도 생동감이 펄떡인다. 예를 들어 이 ‘부슬부슬’한 질감은 바람의 지나간 자리를 찰떡처럼 표현해 낸다.
“이번 전시는 소멸되고 사라지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면서 준비했습니다. 기억을 남기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우주의 이치에서 나 또한 계속해서 사라져가지만 내 안의 것들을 작품이라는 형태로 세상 밖으로 내던지듯이 말이죠.”
원문보기: https://n.news.naver.com/article/658/0000059867?lfrom=kaka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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