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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자연·슬픔·외로움서 에너지 얻어"

"꼭 한번 만나 보셔야 할 사람이 있어요. 전시도 전시지만 작가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자유로운 영혼을 타고난 화가예요."

달맞이언덕 '맥화랑' 장영호 대표의 연락이었다. 평소와는 사뭇 다른 뉘앙스다. '보통 사람은 아니겠구나.' 단박에 느낌이 왔다. 언젠가 어느 사진가가 남긴 말이 떠올랐다. "진정한 아티스트는 작업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죽어 버릴 것 같은 사람입니다."

지난 23일 오후, 큰 키에 검은 머리를 길게 기르고, 귀고리까지 박은 청년이 불쑥 갤러리에 들어섰다. 이두원(31·사진)이다. 서울 합정동에서 KTX를 타고 막 기자를 만나러 왔다. 머리를 쓱 넘기더니, 퍽 순수하고 장난기 실린 미소를 날린다.

청년 화가 이두원 개인전
조지아에서 두 달 넘게 작업
자유분방한 먹선·제목 '톡톡'

장 대표는 전시 서문에 이렇게 썼다. "강렬했다. 천진난만하고 솔직하며 자유로웠다. 살아 있는 그림이었다. 그림 속에서 살아 왔지만 이토록 설렌 적은 없었다. 흥분과 여운이 여러 날 동안 쉽게 가시질 않았다."

'갤러리 소굴'이란 대안공간을 친구와 만든 이두원은 미국 독일 프랑스 인도 파키스탄 등지를 돌았다. 현지에서 받은 영감과 소재로 작업하며 용케도 그림을 팔아 생활했다. 2010년부터 2년 동안 제주도 '이중섭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지냈다. 그는 이번 개인전을 위해 흑해에 인접한 조지아(그루지아)에 날아가 두 달 넘게 지냈다. 그는 그곳 산과 들, 벼룩시장을 돌며 소재를 구했고, 면 소재의 인도산 천에 젯소칠을 하고는 그 위에 그림을 그리고 붙였다. 귀국할 때 그렇게 둘둘 말아 온 그림이 120㎏이었다. 그것들이 갤러리에 내걸렸는데, 자유분방한 먹선과 색채가 가득한 작품과 기발한 제목을 확인하시길 권한다. 그 독창성, 순수성은 그저 나온 게 아닌 게 분명했다.

이두원은 제도권 미술교육을 거부했다. 디자인고등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친구들이 데생을 할 때 자유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미대는 1년도 안 돼 자퇴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화가였던 이모와 어머니, 여러 예술가들로부터 그림을 배웠다. 외할아버지 족보를 보면 단원 김홍도가 계시고, 할아버지도 예술계에 몸을 담으셨단다.

"프랑스 유명 미술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이모가 저를 키워 주셨어요. 공부하란 말보다 '들어가 그림 그려'란 소릴 더 들었습니다. 테크닉보다는 드로잉으로 그림 보는 안목을 길러 주셨습니다. 제가 자유로운 것 같아도, 생존형 작가예요. 별명이 '옛날 화가'지요." 그래서 그의 홈페이지 주소가 'oldpainter.com'이다. 군대가 그의 창의성을 말살하지 않았을까 염려했지만, 웬걸, "사교성이 엄청 좋아서 이등병 때부터 그림만 그려서 진짜 즐거웠다"는 '반전 대답'이 돌아왔다.

"작업할 때가 되면 머릿속에 발상의 영사기가 막 돌아가요. 신 나게 시작하면 100호도 금방 그리지요. 에너지는 자연, 슬픔, 외로움 같은 것에서 얻습니다. 신은 공평한 것 같아요. 저는 천재라는 소릴 가끔 듣지만, 남들 다 하는 걸 못하는 게 너무 많아요." 약간 어눌한 말투인데, 자신의 삶과 예술, 세상사, 종교 등등 이야기가 속사포처럼 끝이 없다. 틈틈이 훔쳐본 독특한 작업일지들은 혀를 내두르게 했다. ▶이두원 개인전 'Wild & a Child'=11월 10일까지 맥화랑. 051-722-2201.

박세익 기자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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