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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낯익은 풍경 특별한 질감 - 강혜은展

강혜은의 '선+자연' 연작. 맥화랑 제공


흔히 미술을 시각 예술이라 한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시각만큼 중요한 감각은 없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미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질감이다. 우리 시선이 작품 구석구석을 훑을 때, 뇌는 마치 작품을 직접 만지는 것처럼 동시에 질감도 느낀다.

맥화랑에서 열리는 강혜은(56)의 '선을 쌓다'는 이러한 미술의 질감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전시다. 강 작가의 소재는 새, 풀숲, 집, 과수원, 새 둥지, 양 떼, 꽃, 나무 안의 올빼미처럼 너무도 익숙한 자연 혹은 숲 속 풍경들이다. 하지만 이 작가는 이 평범하고 익숙한 풍경을 관객들에게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오게 한다. 그 특별한 느낌은 무엇보다 기법의 독창성에서 나온다. 작가

는 유화 물감 덩어리에 적당히 압력을 가해 만든 가늘고 굵은 색선을 캔버스 위에 켜켜이 쌓아 올려 환상적인 색과 질감을 선보인다. 작가는 이를 두고 "누에가 실을 뽑아 고치를 만들어 가는 듯한 작업방식이다"고 했다.

강혜은 유화전 '선을 쌓다'
물감 특수 용기 넣어 작업

그렇다면, 설악산 풍경을 그리는 김종학 화백처럼 물감 튜브에다 각기 다른 사이즈로 구멍을 뚫은 후 이를 짜서 표현하는 걸까? 그 비법이 더 궁금해졌다. 작가는 "간혹 주사기에 넣어 짜내는 일도 있지만 대부분 용기에 넣어 짜낸다.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용기에서 압력을 주다 보니 세월이 지나면서 손이 연장처럼 되어 버렸다.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이 비틀어져 있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용기를 통해 나온 굵고 가는 선의 유화 물감은 서로 교차·융합하면서 화면 위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층을 만든다. 많게는 7~8겹에서 적게는 5~6겹, 이렇게 형성된 복잡한 선들은 가까이서 보면 쉽사리 그 의미나 그림의 윤곽을 파악하기 어렵다. 마치 추상주의 대표 작가인 미국 잭슨 폴록의 그림처럼 보이기 때문. 하지만 몇 발자국 뒤에서 바라보면 그 그림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이게 바로 잭슨 폴록의 그림과 다른 점이다. 잭슨 폴록 같은 20세기 추상화가들은 그림 기법만이 아니라 그림 내용까지 추상적이었다면 강 작가의 작품은 기법은 추상적이되 내용은 다분히 구상적이라는 것이다. 그곳에서 어미 새가 새끼에게 다정하게 먹이를 주는 모습을, 들판에서 양 떼가 노니는 모습도 만난다.

작품 속에 깃든 작가의 자연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도시생활을 접고 1996년 경북 상주 깊은 산골에서 남편과 함께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항상 접하는 모습이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환경이었다. 이게 그림 속에 표출되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일 터이다.

작가는 처음부터 이런 작업을 해 온 것은 아니다. "콜라주, 스크래치 등 다양한 작업을 하다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작업을 했어요." 옷을 지으시던 어머니 영향으로 천과 실이 가득했던 작가의 유년 시절 기억. 실을 작품으로 끌어들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옷감을 짜듯 얽어맨 선들로 만든 작품에선 그래서인지 따뜻함이 느껴진다.

본래 부산이 고향인 작가. 경북 지방으로 시집간 이후, 이번 전시가 첫 부산 전시란다. 켜켜이 쌓아올린 선과 색의 오묘함으로 고향 분들을 만난다. ▶강혜은 '선을 쌓다' 전=29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맥화랑. 051-722-2201.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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