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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분홍 하이힐 신은 코끼리 200마리 분양 작가와 관객들 소통

부산일보 - 2012.11.26 (월)


분홍 하이힐 신은 코끼리 200마리 분양 작가와 관객들 소통
맥화랑 이정윤 '왕복여행' 프로젝트전

전시장 입구 계단 천장에서부터 코끼리가 매달려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 벽에 처박혀 있는 듯한 대형 코끼리 뒷모습에서부터 크기 30㎝ 정도의 작은 코끼리까지 수많은 봉제 인형 코끼리들이 반긴다. 무려 200마리에 달한다.

해운대구 중동 맥화랑에서 '왕복여행(Round Trip)' 프로젝트 전을 하는 이정윤(32) 작가. 그는 이번 전시에서'봉제 인형 분양'이라는 색다른 형태의 전시를 시도한다. '왕복 여행' 프로젝트는 이제는 작가의 아이콘이 된, 하이힐을 신은 코끼리를 인형으로 제작해 타인의 일상으로 여행을 보내고 다시 그들로부터 돌려받아 전시하는 형식이다. 작가는 작품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하이힐을 신은 코끼리 인형에 이달 초 디자인 특허 출원까지 끝냈다.

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분양 코끼리는 그가 지난 몇 년간 작업해 온 공기를 불어넣어 만든 코끼리 조형물과는 다른, 구김이 잘 가지 않는 캔버스 소재의 두꺼운 광목으로 만들었다. 코끼리 크기도 이전 작업에 비해 작아졌고, 모두 봉제 인형이다. 이 봉제 인형은 이번 전시 기간 분양돼 관객을 실제 작품 '사용자'나 '소유자' 혹은 '구매자'로 끌어 들인다.

이를 위해 그는 한 달 전 코끼리 분양에 대한 사전 시험까지 했다. 그게 바로 전시장 오른쪽, 택배   상자 같은 박스 위에서 알록달록한 모습을 한 코끼리 인형 30마리다. 10월 초 작가가 국내외 지인들에게 무료로 보냈다가 한 달여 만에 돌려받은 코끼리들이다. 서울, 광주, 대전, 포항 등 국내는 물론이고 프랑스, 필리핀, 영국, 미국까지 보냈다.

작가는 "33마리 코끼리 인형을 보냈는데, 그중 3마리가 실종되고 30마리만 돌려받았다"고 했다.

"초반엔 타인의 일상으로 여행을 떠난 작품들이 어떤 형태로, 어떤 기억들을 가지고 돌아올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천천히 소통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은 나에게도, 작품을 받은 사람들에게도, 빠르진 않았지만 매우 흥미로운, 많은 사건과 기억을 동반하는 특별한 '여행'이었다"고 회고했다.

그의 지인 중에는 카카오톡이나 전화 문자, 이메일, 사진, 편지, 비디오 파일 등으로 중간에 소식을 전해오는 사람도 있었다. 전시장엔 이들이 보내온 수십 장의 사진과 영상물도 함께 전시했다.

필리핀에서 온 박스는 필리핀 우체국에서 압류됐다 나오는 바람에 상자가 너덜너덜해졌다. 경기도 안성에 사는 제자는 코끼리 인형을 작가에게 되돌려 보내면서 인형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담은 육성 녹음도 함께 보냈다. 코끼리 인형과 함께했던 여행을 글로 남겨 이를 파일에 담아 보내온 지인도 있다. 코끼리 몸에 'LOVE'란 글을 쓴 사람도 있고, 예쁜 옷을 입힌 지인도 있다. 인형마다 제각각의 사연과 색다름이 있는 셈이다.

이렇게 돌려받은 코끼리 인형 반대편에는 새로운 주인을 찾아 여행을 떠날 160여 마리 코끼리가 종이상자 위에 가지런히 줄지어 전시돼 있다.

마리당 분양가는 10만 원. 다만, 구매자는 맥화랑으로부터 분양받은 인형을 '2014년 봄에 다시 전시할 수 있도록 작가에게 전시기간 무상 대여한다'는 계약서를 작성한 후 사야 한다. 반면, 작가는 전시 기간 분양된 코끼리 수만큼 개체를 증식하고 다시 소집('reunion')해 전시하는 형식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작정이다. 궁극적으로는 작가와 관객이 만들어가고 소통하는 프로젝트다.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 미술이 전혀 어렵지 않으며, 우리 삶 속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더불어 미술 작품을 매개로 모두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했다.

철학자 존 듀이는 "예술의 목적은 예술과 일상을 허무는 것"이라 했다. 이정윤의 이번 프로젝트가 꼭 그렇다. ▶'왕복여행(Round Trip)' 프로젝트=12월 9일까지 해운대구 중동 맥화랑. 051-722-2201. 글·사진=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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