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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당신의 이야기를 담을 코끼리를 보냅니다

국제신문 - 2012. 12. 5 (수)

당신의 이야기를 담을 코끼리를 보냅니다
해운대 맥화랑서 15일까지 이정윤 작가 '라운드트립'展

작가가 일반인들에게 보내 그들의 삶의 스토리를 갖고 온 코끼리들을 선보이면서 새로운 전시 형태를 보여주는 이정윤 작가의 '라운드 트립 프로젝트' 전시장 풍경. 맥화랑 제공

- 타인에게 봉제 코끼리 분양
- 바뀐 모습으로 되돌려받아
- 사용자의 일상 자체를 전시
- 관람객들과 직접적인 소통

(봉제) 코끼리들이 화랑을 점령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입구 벽부터 안까지 코끼리 사진들이 사람들을 맞는다. 캔버스 천으로 만든, 하이힐 신은, 봉제인형 코끼리들이 각각의 사연을 적어 놓았다. 코끼리는 미국의 묘지, 숲속 철조망, 아이들의 물감놀이 공간 등에 있다. 배경은 한국, 중국, 필리핀, 미국, 영국 등 다양하다.

눈을 돌리면 한편에서 30마리의 코끼리가 종이박스 위에서 관람객을 바라본다. 사진 속 그들이다. 가죽 옷이나 검정 드레스를 입은 코끼리, 마스카라와 목도리를 두른 코끼리 등등. 종이박스 역시 세계 곳곳에서 배달됐다. 온전한 모양도 있지만 구겨지고 주소가 번지기도 했다. 다른 공간에는 깨끗한 코끼리 200마리가 종이박스 위에 앉아 있다.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맥화랑(부산 해운대구 중동)에서 선보이는 이정윤 작가의 개인전 '라운드 트립(왕복 여행) 프로젝트'는 파격과 신선함을 더했다. 이 전시는 작가와 작품, 그리고 전시의 방법론 등에 대한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일반인이 작가의 작업 활동을 침범(또는 참여)하면서 결과 위주의 작품전이 아닌, 작업 과정 전체가 전시가 되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작품(봉제 코끼리) 스스로가 각자의 인생을 살고 전시장으로 돌아와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련의 스토리가 전시의 핵심이다.

코끼리 봉제인형은 지난 10월 순차적으로 국내외에 있는 작가의 지인들에게 보내져 한 달여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30마리(3마리는 돌아오지 않음)와 새로운 주인을 찾아 떠나게 될 200마리의 코끼리다. 똑같은 모습에서 여행이 시작되지만, 자신들을 데리고 간 소유자의 일상으로 들어가 그들의 삶의 스토리를 갖게 된 코끼리들은 일정 시간 후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 공예가는 가죽옷을 입혔고, 여대생은 가방에 매달고 캠퍼스를 누볐으며, 어린이들은 크레파스와 물감으로 색칠을 했다.

"2009년부터 코끼리 작업을 하면서 작품을 매개체로 관람자와 경험을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질량이 제일 무거운 코끼리를 자유롭게 여행시키면서 그들의 경험을 통해 제 자아가 어떻게 실현될지 구현해보고 싶었다."

작가는 그동안 섬유에 공기를 주입해 거대하게 부푼 하이힐 신은 코끼리 작업으로 여성의 삶을 이야기해왔다. 이번에는 광목 천으로 작은 인형을 만들어 국내외로 분양하면서 관람객을 실제의 작품 사용자, 소유자로 끌어들였다.

작가는 "결과를 제시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싶었다"면서 "처음에는 타인의 일상으로 여행을 떠난 작품들이 어떤 형태, 어떤 기억들을 가지고 돌아올지 예측할 수 없었지만 여러 방법으로 소통하면서 저나, 작품을 받은 사람 모두 흥미로운 여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5년 계획을 짜고 있다. 분양 중인 200마리 코끼리는 1년 반 동안 사용자와 소통하고 공감한 뒤 다시 작가에게 돌아오게 된다. 작가는 분양된 수만큼 다시 코끼리를 만들어 분양해 최종 전시 때는 엄청난 수의 코끼리로 증식시킬 예정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다. 적극적으로 소통해 준다면 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이고 무관심하면 단명할 수 있다. 2, 3달에 한 번씩 편지를 보내고 수시로 휴대전화 문자를 이용해 관심을 갖도록 할 것이다." 오는 15일까지. (051)722-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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