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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내가 염소 닮은 듯 염소가 나를 닮은 듯

외발 자전거를 타는 염소의 모습을 형상화한 한선현의 '야~호' 맥화랑 제공


조각가 한선현 '나는 염소다 '전

염소떼가 갤러리에 몰려 왔다. 벽면은 물론이고 바닥에도 천장에도 온통 염소다. 심지어 어떤 염소는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전시장을 휘젓고 다닌다. 꽃을 입에 물고. 전시장 어딘가에서 염소의 '음메~에헤' 하는 울음소리가 들릴 듯하다.

맥화랑에서 전시 중인 조각가 한선현의 '나는 염소다' 전 풍경이다. 염소를 소재로 한 나무조각이나 부조(浮彫)를 선보여 왔던 작가는 그의 드로잉 작품을 포함해 70점가량의 작품을 갤러리에 쏟아 놓았다.

10~15㎝ 두께의 나무에 끌이나 드릴을 이용해 조각을 한 뒤 채색으로 마감하는 작가의 작업은 특유의 색채감과 어우러지면서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염소의 모습은 다소 투박하지만 정감어린 화면 구성으로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이솝 우화에서 만났던 외나무다리 위의 염소 두 마리는 물론이고 비보이 염소, 발레리나 염소, 외발자전거를 타는 염소,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염소,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염소를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난다.

"일자 눈동자에다, 뿔과 수염이 매력적이죠. TV '동물의 왕국'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할 가능성은 전혀 없고요. 하지만 그 주인공은 아름다운 영혼, 순수함, 동심을 가졌죠. 염소를 통해 건강한 웃음을 되찾고 싶었습니다." 작가가 염소를 자신의 작품 속 주인공으로 선택한 이유다.

웃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진지함도 엿보인다. 염소를 통해 인간 세상을 은유했기 때문이다. 외나무다리에 서 있는 염소는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아슬아슬한 삶, 상대방을 이겨야 가던 길을 계속갈 수 있는 전투적인 삶, 외로운 삶 등등. 염소는 또 묻는다. "당신은 외나무다리를 어떻게 건너겠느냐?"고 말이다.

묘하게도 작가는 염소를 많이 닮았다. 아니 작가가 염소를 닮았는지, 염소가 작가를 닮았는지 모르겠다. "작업을 하다 보니 닮아 가네요." 닮았다는 말이 싫지는 않는 모양이다.

사과상자를 이용하거나 굵은 실로 염소를 표현한 작품들은 또 다른 느낌이나 질감으로 다가온다. 돌 조각가를 꿈꾸며 이탈리아 카라라에서 수학하던 중 우연히 목조 장인을 만나 나무조각에 빠져든 작가. 자유자재로 목재를 요리하는 그의 솜씨는 단순한 듯하면서도 맛깔스럽다.
▶'나는 염소다' 전=6월 1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맥화랑. 051-722-2201. 정달식 기자 do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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