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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걷고 싶었던 숲길… 그림 속에서 거니네

부산 작가 설종보의 풍경화는 낯익은 풍경이라 좋고
춘천의 작가 이광택은 몽환적인 황홀함이 매력
두 화가의 '집으로…'展 7일까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풍경화의 세계이다. 부산의 설종보(45)와 춘천의 이광택(49) 작가 말이다.
한 사람은 실존하는 우리 강산을 화폭에 옮겨담지만 다른 한 사람은 상상 속의 풍경을 천연덕스럽게
펼쳐놓는다. 그렇지만 두 작가의 그림을 보면서 미소짓게 되는 것은 왜일까. 세상은 아직 따뜻하고
삶은 여전히 아름답다는 위로를 받기 때문은 아닐까.

설종보 작가의 풍경화는 지명이 그림 제목이다. 통영의 동피랑 언덕, 금오산에 있는 향일암 다실,
언양 작천정의 벚꽃길, 황매산의 철쭉길, 강원도 평창에 있는 주천강의 섭다리길, 선암사의 동백….
모두 우리가 한 번 가봤거나 가보고 싶었던 곳을 작가가 부지런히 답사해 그림에 옮겼다.
화랑 관계자에 따르면 평창 주천강의 섭다리길 그림 앞에서 관람객들이 자주 선다. 섭다리는
소나무 가지와 흙을 다져 만든 간이 나무다리. 주천강 섭다리길은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으나
최근 사라졌다는 전언이다. 아쉬움을 그림으로 달래는 것이다. 작가도 "답사한 곳을 다시 갔을 때
예전과 다르게 변한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면서 "삶의 일상도 풍경처럼 변해가는 것 같아
좀 더 부지런히 그림으로 남기고 싶은 조급함이 생긴다"고 털어놓는다.

설 작가의 그림에는 늘 가족이 등장한다. 남편 아내 아들 딸 혹은 할머니 엄마 아들 딸. 자녀를
목마 태우고 그림같은 풍경 속을 여유롭게 거니는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그림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 그것이 설 작가 그림의 주제이다.
해가 뉘엇뉘엇 넘어갈 즈음, 키 큰 나무들의 그림자가 오솔길을 가로지르고 그 속의 인간들은
무념의 세계로 빠져든다. 벚꽃과 철쭉은 달빛을 받아 더욱 빛나고 동피랑 언덕에서 내려다 보는
바다는 처연해서 아름답다.

설종보 작가의 그림이 추억을 떠올리고 향수에 젖어들게 한다면, 이광택 작가의 그림은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황홀감에 빠트린다. 제목도 '화가 마음 속 풍경' '숲속 공부방'
'화가 가족이 살고 싶은 곳' '친구 부부 오는 밤' '나만의 이상향' 등이다. 꽃이 흐드러지게 핀
심심산중에 조그만 오두막이 한 채 있고 그 안에서 작가는 그림을 그린다. 대자연 속에 파묻혀
물리적 존재감은 하나도 없지만 실존적 존엄성은 더욱 높아지는 역설이다. 꼬불꼬불 오솔길 위에는
보일 듯 말 듯 사람들이 거닌다. 손에는 큰 바구니나 보자기가 들렸다. 산중에 살고 있는 작가를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는 친구 혹은 가족이다. 꽃이나 나무뿐인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도 있고 소쩍새도 울고 있다. 숨은 그림찾기이다. "제가 살고 있는 춘천이 얼추 비슷해요.
바로 눈 앞에는 소양강이 내려다 보이고. 물질문명에 찌들린 사람들을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싶었죠."

이 작가의 그림은 얼핏 전통 산수화나 문인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캔버스에 유화라는 재료부터
그렇다. 그러나 형식은 현대적 감각에 맞춘 변주일 뿐 내용은 옛것을 그대로 따른다. "산수화나 문인화는
수천년을 이어온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 이것을 낡은 형식이라고 버리고 관심을 갖지 않는 게
싫었습니다." 유화이지만 한지에 먹을 떨어뜨려 농담을 준 것 같은 효과나 사물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낸 것 등 한국화의 기법이 그대로 살아있다.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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