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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 소박한 사람들 꿈 담은 '그림 토정비결' 2007.4.5∼4.18

서양화가 오순환 개인전 18일까지 해운대 맥화랑
부산일보 2007/04/09일자 022면

"조선시대 대표적 주술서인 토정비결을 우연히 접했죠. 찬찬히 들여다보니 가장 인간적인 삶의 희망과 꿈이 담뿍 담겨있더라구요."
인간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끊임없이 작품에 담아온 서양화가 오순환(42) 씨. 그가 18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맥화랑에서 개인전을 마련했다. 토정비결에 나오는 내용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옮긴 28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토종비결의 문구를 그림 옆에 새긴 작품과, 내용을 그림으로만 표현한 작품이 있다. 전작에서 인간의 내면과 본성을 들여다봤다면, 근작들에서는 밖으로 표출된 사람들의 삶으로 시선을 확장했다.

인간애를 향한 작가의 천착은 이번 전시에서도 맥을 이어간다. 가난하지만 따스하고 착한 마음을 지니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과 꿈이 화폭 위에 흩뿌려져 있다.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과 눈빛은 맑고 평화롭다. 이들에게는 정신없이 질주하는 도시문명의 속도와 자본, 욕망은 끼어들 틈이 없다.

화면에 나오는 장면들은 작가가 현실 속에서 찾아보는 이상적 풍경들이다. '부부화합 일가태평(夫婦和合 一家太平, 부부가 화합하니 일가가 태평하다)'을 보면 금슬좋은 부부의 모습이 나온다. 우리 사회의 모든 가정이 이 부부들처럼 화목하게 되길 바라는 소망을 읽을 수 있다. 구절과 그림을 보면 가장 평범하다. 가장 평범한 그것이 가장 온전한 진리이다.

작품에는 유난히 길이 많이 등장한다. 인물들은 하나같이 길을 걸으며 어디론가 향한다. 그 길을 따라 걸으면 인간의 이상향에 도달할 것만 같다. '경과산로 전정대로(經過山路 前程大路, 산길을 지나니 앞으로는 큰 길이로다)'란 작품을 보면 부부가 손을 맞잡고 고갯길을 넘는다. '준령일월 탄탄대로(峻嶺一越 坦坦大路, 험한 고개를 넘고 보니 탄탄대로다)'는 좁은 고갯길을 넘어 드넓은 길로 걸어나오는 남자의 모습을 담았다. 하루하루를 삶의 전부로 느끼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민초들의 모습이다.

그림 옆에 있는 글씨체가 궁금했다. "요즘 어머니께서 한글 배우는 데 열심이시죠. 교과서에 나오는 글자의 꼬부라진 부분까지 그대로 쓰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이십니다. 어머니 글씨를 '정성체'라고 이름을 붙여봤어요. 저는 글씨를 쓴 게 아니라 그린 것이죠."

그림과 글이 잘 어울린다고 하자 그의 말이 이어졌다. "예전부터 그림에 글을 담으려고 생각했죠. 글도 하나의 예술이죠. 토정비결을 읽으면서 글과 그림이 만나는 지점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이전 작업에 비해 색감이 더 은은하고 따뜻해보인다고 말을 던졌다. "표현을 최대한 간결하게 하려고 했죠. 색감이 옅어보이는 것은 아크릴에 물을 많이 타서 수백 번 반복해서 칠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고행 작업을 거쳐 만든 작품이기에 인간에 대한 넓고 깊은 명상이 깃들었나 보다. 간결한 데 이르는 것은 어렵고 지난하다. 해서 간결한 것도 진리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작가의 말이다.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 그것은 이 시대의 얼굴이며 이 시대의 부처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현재의 삶을 충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결국 진정한 보살이죠."

1988년 경성대 회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울산시 울주군 웅촌면 초천리 내기마을 작업장에서 10년째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영화롭고 존귀하다는 마음을 꼭 품고서. 051-722-2201. 김상훈기자 neato@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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